이스마엘에게 창문은 세상이었다. 성가와 기도소리로 가득찬 수도원에서 유일하게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물자 트럭의 엔진음이 창문을 통해 이스마엘의 방 안
으로 들어오면 이스마엘은 침대에 누워 가만 그 소리를 들었다. 변방의 수도원에서 성경 필사와 기도 말고는 하는 게 없었던 이스마엘에게는 매주 토요일마다
오는 물자 트럭의 엔진음만이 유일한 세상과의 연결고리였다. 그러던 어느날 토요일이 아닌 목요일에 수도원에 자동차가 한 대 섰다. 그 날은 유달리 기도회가
빨리 마쳤고 침대 누워 돌로 된 천장만 하염 없이 올려다 보고 있을 무렵 들려온 엔진소리에 이스마엘은 몸을 일으켰다. 털털거리는 고물 트럭 엔진음과 달리
고급스러운 기름으로 잘 관리된 엔진소리는 이스마엘을 이끌었고 이스마엘은 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그것이 이즈마엘의 창문
이 조금 더 넓어지던 날이었다.
이스마엘의 창문은 넓어졌다. 더이상 여름에는 물이 맺히고 겨울에는 서리가 끼는 돌로 된 벽이 아닌 화려한 무늬의 벽지가 부드러이 벽을 장식했으며 마호가니원목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창틀이 저택에서 이스마엘의 위치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이스마엘은 양식어항에서 관상어항으로 옮겨진 셈이었다. 보석함이 화려한 장신구들을 보관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 처럼 모든 것에는 올바른 쓰임새가 있었고 이 방은 이스마엘을 보관하기 위해 장식된 함이었다. 매일 오가는 사용인들이 문 밖에서 수근거리는 소리나 가끔 정원을 나다닐 때 마주치는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모멸감을 표현하였지만, 이스마엘은 이 당시에 아무렴 상관 없었다. '그 사람'이 이스마엘을 고이 함에 모셔다두고 매일 같이 꺼내보러 와주기 때문에, 이스마엘은 만족했다. 적어도 자신에게 모멸감을 보이는 이들보다 이스마엘을 더욱 '필요'로 했기에 이스마엘은 자신의 방과 창문을 사랑할 수 있었다. '그 사람'이 자신을 끔찍하게 아끼기 때문에 이스마엘은 정원 조차 홀로 나갈 수 없었지만 상관 없었다. 여전히 창문을 활짝 열려 있었음으로 이스마엘은 창 밖을 내려다보며 '그 사람'의 고급 캐딜락 엔진 소리가 정문에서 들려오기를 기다렸다.
이스마엘의 방은 처음부터 저택의 정원과 정문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제일 좋은 위치에 마련 되어 있었다. 창문 또한 가장 큰 방이었으며(이스마엘이 저택에서 지낸지 5년 째 되던 해 생일선물이라며 '그 사람'이 특별히 방을 개조했다.) 그곳에서 저택의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행위는 이스마엘이 '그 사람'에게 어떤 존재인지 저택 구성원들에게 각인과도 같은 것이었다. 종종 눈이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다면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이며 눈을 피하기 일쑤였고 이스마엘은 그 행위가 좋았다. 아무리 수근거리고 모멸을 표현해도 이 저택의 가장 높은 곳에 앉아서 내려보는 것은 자신이었으니 그 우월감만큼은 자신만이 누릴 수 있는 감각이자 '그 사람'이 무슨 짓을 해도 웃으며 발을 핥을 원동력이었다. 그날도 이스마엘은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은 조금 달랐다. 마치 토요일이 아닌 목요일에 들려온그때의 엔진음처럼... 흑요석과 같은 검은 눈동자가 이스마엘을 응시했다. 이스마엘의 창문이 다시금 넓어지던 날이었다.